자폐스펙트럼,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
영유아기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이해하자
“우리 아이는 왜 눈을 잘 안 마주칠까?”
“옹알이도 잘 안 하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어요.”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은 “말이 좀 늦는 거겠지” 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모습은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폐는 시간이 지나면서 뚜렷해지지만, 영유아기부터 나타나는 미묘한 신호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신호들을 중심으로, 자폐스펙트럼의 조기 발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자폐스펙트럼이란 무엇인가요?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소통과 행동에서의 특이한 양상이 주요 특징입니다. 단순히 ‘말이 늦는 아이’, ‘혼자 노는 아이’가 아니라, 두루두루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반복적인 행동, 감각의 민감성 등이 함께 나타납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처럼, 아이마다 증상의 정도나 유형이 매우 다양합니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더욱 중요합니다.
생후 6개월부터 시작되는 초기 신호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2~3세가 되어 말이 느릴 때 처음 걱정하지만, 실제로 자폐의 초기 신호는 생후 6개월 무렵부터 관찰될 수 있습니다.
✔ 생후 6~12개월
눈맞춤이 적거나 거의 없음
사람에게 미소로 반응하지 않음
소리에 대한 반응이 일관되지 않음
‘안녕’이나 ‘짝짝꿍’ 같은 사회적 제스처를 하지 않음
사물보다는 손이나 물체의 일부(바퀴 등)에만 관심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사람 얼굴을 좋아하고, 웃음을 주고받으며 반응합니다. 그러나 자폐의 초기 신호가 있는 아이는 사람보다 물체나 패턴에 더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생후 12~24개월, 말이 늦는 것 그 이상을 보자
✔ 언어 지연 + 사회적 반응 부족
옹알이가 거의 없거나 사라짐
이름을 여러 번 불러도 반응 없음
말 없이 부모 손을 끌어 원하는 것을 표현 (비언어적 요구)
가리키기, 보여주기, 같이 보기 등의 제스처가 거의 없음
또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음
말을 늦게 시작하는 것만으로는 자폐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언어뿐 아니라 비언어적 의사소통(제스처, 눈맞춤, 미소)에도 어려움을 보인다면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만 2세 이후 나타나는 대표적인 행동 특징
만 2세 이후에는 행동 양상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 반복적인 행동
손 흔들기, 돌기, 점프 등의 반복 동작
장난감을 줄 세우기, 회전시키기
일정한 루틴이나 반복된 순서를 고집
✔ 감각 관련 민감성
소리, 빛, 촉감 등에 예민하거나 반대로 반응이 둔함
특정 소리(청소기, 초인종 등)에 과도하게 반응
눈에 띄게 특정한 감각 자극을 추구(손바닥을 보며 흔들기, 입으로 물체 탐색)
✔ 사회적 관심의 부족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음
혼자만의 방식으로 놀이를 반복
공감 표현이 없음 (다른 아이가 울어도 반응 없음)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
자폐스펙트럼은 일찍 발견하고 개입할수록, 사회성, 언어, 인지 발달을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만 2세 이전에 개입한 아이들일수록 학교 적응력, 의사소통 능력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크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기대보다는,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조기에 방향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2. 부모가 할 수 있는 것들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말, 눈맞춤, 제스처 등의 사회적 소통 행동을 유심히 보기
성장발달 지연이 의심되면 보건소, 발달클리닉 등에서 조기검진 받기
‘자폐’라는 단어에 겁먹지 않고, 아이의 발달을 돕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이기
자폐 진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다양한 개입 방법과 훈련 프로그램이 있고, 무엇보다 아이의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부모의 따뜻한 시선과 빠른 관심은, 아이에게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됩니다.
3. 자폐스펙트럼과 감각처리 이상
빛, 소리, 촉감에 대한 세심한 반응을 이해하기
“우리 아이는 형광등만 보면 눈을 찡그리고, 손을 씻는 걸 정말 싫어해요.”
“조금만 소리가 커도 귀를 막고 울어요. 반면에 어떤 땐 아예 못 들은 것처럼 행동해요.”
이런 이야기, 자폐스펙트럼 아이를 둔 부모님들 사이에서 자주 듣게 됩니다.
많은 자폐 아동들이 감각 자극에 대해 일반적인 반응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합니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서도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오늘은 자폐스펙트럼에서 자주 나타나는 감각처리 이상(Sensory Processing Differences)에 대해, 특히 빛, 소리, 촉감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감각처리 이상이란?
감각처리 이상은 자폐 아동이 외부 자극(소리, 빛, 냄새, 촉감 등)에 대해 과도하게 민감하거나, 반대로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소음이나 옷의 질감, 조명의 깜빡임이 이들에게는 너무 강하게 또는 너무 약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각처리 차이는 자폐스펙트럼의 핵심 진단 기준 중 하나이기도 하며, 아동의 정서, 행동,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빛에 대한 민감성: “눈이 너무 아파요”
자폐 아동은 강한 조명이나 특정한 빛의 깜빡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특징
형광등이나 LED 조명 아래에서 눈을 찌푸리거나 외면함
햇빛을 마주하면 눈을 자주 감거나 모자를 쓰고 다님
조명이 깜빡일 때 공포 반응이나 과민 반응 보임
특정 빛의 패턴(예: TV 화면 깜박임)에 집중하거나 과도하게 몰입함
대처 방법
자연광을 활용하거나 간접조명을 사용해 부드러운 환경을 만들기
눈부심이 강한 조명은 피하고, 필요한 경우 선글라스를 활용
시각 자극이 많은 공간에서는 아이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조용한 공간 제공
빛에 예민한 아이에게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시선을 돌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스트레스를 쌓거나 meltdown(감정 폭발)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소리에 대한 반응: “귀를 막고 울어요”
소리에 민감한 자폐 아동은 일상적인 생활소음도 고통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아이는 소리에 둔감하여 큰 소리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특징
갑작스런 소리(청소기, 초인종, 경찰차 사이렌 등)에 격하게 반응
귀를 막거나 소리가 나는 방향에서 도망침
큰 소리를 들으면 울거나 바닥에 주저앉기도 함
누군가의 목소리보다는 기계음에 더 집중하거나 반복적으로 들으려 함
반대로, 말을 여러 번 걸어도 반응하지 않음 (청각처리 지연)
대처 방법
외출 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착용시키기
예고 없이 나는 큰 소리를 피하거나, 예측 가능한 환경을 미리 설명해주기
음악, ASMR 등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는 소리를 함께 찾아보기
소리에 둔감한 경우, 시각적 신호나 촉각 자극을 활용해 소통 보조
소리 자극은 예상하지 못하고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는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크게 느낍니다. ‘왜 이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 그 배경엔 바로 감각 민감성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촉감에 대한 반응: “옷에 태그만 있어도 못 입어요”
자폐 아동의 일부는 피부에 닿는 모든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특정 옷 재질, 머리카락 자르기, 손 씻기, 안아주는 행위 등이 불쾌하거나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특징
옷의 라벨, 솔기, 재질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옷 입기를 거부
손에 무언가 묻는 것을 싫어하고, 손 씻기를 거부하거나 반복
머리 빗기, 손톱 깎기, 목욕 등을 두려워함
다른 사람의 스킨십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반대로 강하게 안기는 행동 반복
반대로, 과도하게 물체를 만지거나 계속 입에 넣으려는 행동(감각추구)
대처 방법
태그 없는 옷, 부드러운 면 소재의 옷 선택
촉각 활동(촉감 놀이, 슬라임, 점토 등)을 통해 서서히 익숙하게 하기
손을 씻는 과정을 놀이처럼 바꾸어 긍정적 경험으로 만들기
감각통합치료(Sensory Integration Therapy)를 고려하기
부모 입장에선 단순히 ‘예민한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피부로 느끼는 자극 하나하나가 실제 고통일 수 있습니다. 억지로 억누르기보다, 그 감각을 이해하고 환경을 조정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자폐스펙트럼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그 다른 시선에 맞춰 다가가고, 아이가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이해와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조기 발견은 그 손을 내미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우리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