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 척추염, 척추가 굳어가는 병을 아시나요?
강직성 척추염의 병태생리: 왜 척추가 굳어가는 걸까?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 AS)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주로 척추와 천장관절(골반과 척추를 연결하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며 시간이 지나면서 뼈가 서로 붙는 현상, 즉 강직(강하게 굳음)이 발생합니다. 자가면역질환의 특성을 가지며, 인체의 면역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함으로써 병이 유발됩니다.
🔬 자가면역반응과 HLA-B27의 역할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약 90% 이상에서 발견되는 유전적 표지자가 바로 HLA-B27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는 면역세포의 작용과 관련된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특정 환경적 요인(예: 감염)이 이 유전자를 자극하면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HLA-B27 단백질이 세포 표면에 잘못 배열되거나 면역계를 오작동하게 만들면서 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면역계가 활성화되면 TNF-α (종양괴사인자 알파)와 인터루킨-17 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됩니다. 이들 물질은 관절 조직, 특히 인대가 뼈에 붙는 부위(인대부착부, enthesis)에 염증을 일으켜 점차적으로 연골 파괴와 뼈의 재형성(신뼈 형성)을 유도합니다.
🔬 염증에서 강직으로의 전이 과정
- 초기: 인대부착부와 관절에 국한된 염증이 나타남
- 진행기: 염증으로 인해 섬유조직이 생기고, 섬유화된 조직이 점차적으로 칼슘화
- 말기: 칼슘이 침착된 조직이 뼈처럼 굳어지며 척추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연결되는 강직(ankylosis)이 일어남
🔬 전신 증상도 동반된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 이외에도 눈(포도막염), 심장(대동맥염), 폐(상엽 섬유화), 그리고 장(염증성 장질환) 등 전신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관절 질환으로만 보는 것은 곤란하며, 전신성 염증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강직성 척추염의 진단 방법: 척추통이 다 같은 건 아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비교적 드문 질환이며 증상이 초기에는 일반적인 요통과 비슷해 오진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병력 청취, 이학적 검사, 영상학적 검사, 그리고 혈액검사가 종합적으로 필요합니다.
📝 병력 청취와 특징적인 증상
진단의 첫 걸음은 환자의 증상을 면밀히 청취하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은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 40세 이전에 시작된 만성적인 요통
- 활동을 하면 통증이 완화되고, 휴식 시 악화되는 통증
- 아침에 30분 이상 지속되는 강직감
-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
- 점차 엉덩이, 등, 목 등으로 통증이 확산
이러한 특징은 단순 근육통이나 디스크성 질환과 구별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 영상학적 검사
- X-ray
초기에는 변화가 없을 수 있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천장관절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거나 석회화, 대나무 척추(bamboo spine) 모양의 척추 변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MRI
염증이 뼈에 손상을 주기 전에 골수 부종, 활막염, 인대부착부염 등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어 가장 민감한 검사입니다.
🧪 혈액 검사
- HLA-B27 검사: 진단에 직접적인 역할은 아니지만 유전자 유무를 통해 강한 연관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 CRP, ESR: 체내 염증의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
- 류마티스 인자(RF), 항CCP항체: 다른 자가면역질환과의 감별
📋 진단 기준 (ASAS 기준)
- 영상학적 이상 + 1가지 이상 임상 특징
또는 - HLA-B27 양성 + 2가지 이상 임상 특징
임상 특징에는 염증성 요통, 포도막염 병력, 좋은 NSAIDs 반응, 가족력 등이 포함됩니다.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법: 통증을 넘어서 기능 보존까지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는 단순히 증상 완화가 아니라, 질병의 진행 억제, 관절 기능 보존, 삶의 질 향상이라는 장기 목표를 두고 설계됩니다. 치료에는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가 모두 포함되며, 일부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됩니다.
💊 약물 치료
NSAIDs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 통증과 염증을 줄이며, 강직 개선에 효과적
- 장기간 복용 시 위장장애, 신장 기능 저하 유의
TNF-α 억제제
- 인플릭시맙, 에타너셉트, 아달리무맙 등
- 염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여 관절 손상 진행을 막음
-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투약 전 결핵 검사 필수
IL-17 억제제
- 세쿠키누맙(코센틱스): TNF-α 억제제가 듣지 않을 때 사용
- 최근 주요 치료 옵션으로 부상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외 약물
- 설파살라진, 메토트렉세이트 등은 주로 말초 관절염 동반 시 사용됨
🧘♀️ 비약물 치료
- 운동 요법: 매일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척추의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은 매우 중요
- 물리치료: 자세 교정, 호흡근 강화, 관절의 가동 범위 유지
- 생활습관 개선: 금연, 자세 교정, 체중 조절
🏥 수술적 치료
- 척추가 심하게 굳거나 관절 변형이 극심할 경우, 인공 관절 치환술, 척추 절골술 등의 수술이 고려됩니다.
🌿 새로운 치료 접근
- JAK 억제제 등 차세대 생물학적 제제들도 연구 및 임상에 활발히 도입되고 있습니다.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예후를 결정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단순한 요통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염증성 요통의 특징이 있다면 조속한 진료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척추의 강직을 막고, 삶의 유연성을 지키는 첫걸음은 '알아차림'입니다.
오늘의 작은 관심이 내일의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