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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 자폐 vs 저기능 자폐 차이와 자폐의 발달 단계별 변화

by apwndi 2025. 4. 17.

고기능 자폐 vs 저기능 자폐, 우리는 정말 올바르게 구분하고 있을까?


고기능 자폐’ 혹은 ‘저기능 자폐’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넓어지면서 이제는 이런 용어들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들이 실제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아이들의 발달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흔히 쓰는 ‘고기능’, ‘저기능’이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오해와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함께 알아보고자 합니다.

고기능 자폐 vs 저기능 자폐 차이와 자폐의 발달 단계별 변화
고기능 자폐 vs 저기능 자폐 차이와 자폐의 발달 단계별 변화

1. 고기능 자폐와 저기능 자폐란 무엇인가?

‘고기능 자폐(high-functioning autism)’는 일반적으로 언어 능력과 지능이 평균 이상이거나 정상 범위인 자폐인을 일컫습니다. 반면 ‘저기능 자폐(low-functioning autism)’는 지적장애와 언어 지연을 동반하여,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구분은 과거 자폐 진단이 세분화되어 있었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며, DSM-5 이후 자폐 관련 진단명이 통합되면서 공식 진단 용어에서는 더 이상 ‘고기능’과 ‘저기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 교사,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자폐의 ‘정도’를 표현할 때 이러한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기능 자폐의 주요 특징

지능지수(IQ)가 평균 이상
언어 사용에 큰 지연이 없음
특정 분야에 강한 흥미 또는 재능을 보일 수 있음
사회적 단서(표정, 눈맞춤 등)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과거 진단받았던 경우가 많음


저기능 자폐의 주요 특징

지적장애가 동반될 수 있음 (IQ 70 이하)
언어 지연 또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심
자기자극 행동(stimming)이 두드러짐
감각 과민 또는 둔감이 심한 경우가 많음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인 돌봄과 지원이 필요함

이러한 구분은 자폐 아동의 개별적 특성과 지원 계획을 세우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서 다룰 것처럼, 이 단순한 구분이 오히려 편견과 잘못된 이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인식해야 합니다.

 

“고기능이면 괜찮겠지?” – 기능 구분이 만드는 대표적 오해


1) 지능이 높으면 사회성도 괜찮을 거라는 착각

가장 흔한 오해는 지능이 높거나 언어를 잘하는 자폐 아동은 사회성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자폐스펙트럼의 핵심 특성을 간과한 것입니다.

자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을 중심으로 진단되며, IQ나 언어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즉, 고기능 자폐 아동도 친구를 사귀는 법, 상대의 감정을 읽고 대처하는 방법 등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또한 이들은 ‘비언어적 단서’(표정, 말투, 거리감 등)를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화는 잘하지만 또래와의 관계에서는 고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는 말도 잘하고 책도 많이 읽는데 왜 친구가 없을까요?”
“학교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셨는데, 방과 후에는 혼자만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저기능이면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낙인

또 다른 큰 오해는 저기능 자폐는 ‘지속적인 장애’로만 인식되어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사실상 저기능 자폐로 분류되었던 아이들 중에서도, 적절한 개입과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면 언어와 사회성이 발달하고,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자폐 아동의 ‘기능 수준’은 시간이 지나며 변화할 수 있으며, 지능이 일률적으로 모든 능력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는 없지만 시각적 사고력이나 공간 인식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많습니다.


3)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간과하거나 잘못 분류

고기능으로 평가받은 아동은 외견상 ‘정상’처럼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지원이 필요한데도 그 필요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저기능으로 판단된 아동은 학습 기회를 제한받거나, 성장을 기대하지 않는 환경에 놓이기도 하죠.

이처럼 단순한 ‘고/저 기능’ 구분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각을 흐리게 할 수 있습니다.


2. 발달 프로파일이란?


자폐의 ‘기능’보다 중요한 것: 개인의 발달 프로파일
자폐는 매우 개인차가 큰 신경발달 장애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기능 수준'보다는 '개인의 발달 프로파일(profile)'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권장되고 있습니다.

 

발달 프로파일이란?

아이마다 언어, 인지, 운동, 감각, 사회성, 정서 조절 등의 영역에서 강점과 약점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단일 지표가 아닌 전반적인 발달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말은 잘하지만 감각 예민으로 인해 학교 환경 적응이 힘들고, 또 어떤 아이는 언어는 느리지만 시각적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습니다.

이 접근의 장점: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지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음

단점보다 강점을 중심으로 한 교육계획 수립 가능

‘기능’이라는 낙인이 아닌 개별 맞춤형 개입으로 연결

이러한 이해는 자폐 아동을 교육하고 양육하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 교사, 치료사가 모두 ‘이 아이는 무엇이 가능한가?’ ‘어떤 방식이 이 아이에게 맞는가?’를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3. 자폐의 발달 단계별 변화, 아이의 성장 속도를 이해하는 첫걸음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진단받은 아이들은 각자의 발달 속도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발달 기준과 비교해서 "정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폐 아동이 성장하면서 어떤 발달적 변화를 겪는지, 영유아기부터 학령기, 청소년기까지 단계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 영유아기 (0~3세): 초기 신호와 조기 개입의 중요성

자폐의 가장 초기 신호는 대개 생후 12~24개월 사이에 관찰되며, 이 시기는 아이의 사회적, 언어적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주요 특징: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음

눈맞춤이나 미소로의 반응 부족

옹알이나 말 시작이 늦음

같은 행동 반복하기 (손 흔들기, 돌기 등)

감각 자극에 과하거나 둔한 반응

이 시기의 자폐 아동은 일반적으로 **정서적 교류(공유 관심, 흥미 표현 등)**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함께 보지 않거나, 놀이 중에도 혼자만의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입 포인트:
이 시기에는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ABA(응용행동분석)나 DIR Floortime과 같은 발달 중심 개입이 도움이 됩니다.

감각통합치료도 조기에 시작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2. 학령전기 (3~6세): 사회성 격차가 두드러지는 시기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 시점에 자폐 아동의 사회적 어려움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주요 특징:
또래와의 놀이에 관심이 적음

공동 활동보다는 혼자 노는 것을 선호

상징놀이(소꿉놀이, 역할놀이 등) 부족

정형화된 관심사 반복 (예: 숫자, 교통수단에 집착)

언어 발달이 지연된 경우도 있지만, 언어가 발달한 아이들도 일방적인 대화, 즉 자기 관심사에 대해서만 말하거나 질문에 맥락 없이 대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입 포인트:
사회성 기술 훈련이 매우 중요해지는 시기입니다.

언어치료를 통해 실용 언어(Pragmatic Language)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부모-자녀 상호작용 프로그램은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3. 학령기 (7~12세): 학습과 사회적 기대의 격차 확대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사회적 규칙과 집단 행동이 강조되므로, 자폐 아동이 겪는 어려움은 더 복잡해집니다. 또래 집단 내에서 규칙을 이해하고 따르기, 단체 활동 참여, 역할 분담 등이 중요한데, 자폐 아동은 이 과정에서 ‘다르다’는 낙인을 경험하기 쉽습니다.

주요 특징:
수업 집중력 부족, 전이(과제 전환) 어려움

사회적 신호(눈치 보기, 타인의 의도 파악 등)에 취약

정서조절 어려움으로 인한 분노 폭발, 회피 행동

감각 예민성으로 인한 교실 내 스트레스

반면, 이 시기의 자폐 아동은 자신의 강점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시각적 정보 처리나 규칙적인 패턴 기억력, 세부 사항에 대한 관심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개입 포인트:
학습지원계획(IEP) 또는 개별화 교육 계획 수립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이야기(Social Story), 역할극 등을 통해 상황 이해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래와의 관계 형성을 위한 통합적 놀이 활동도 중요합니다.

4. 청소년기 (13세 이후): 자아 정체성과 정서 변화의 시기

청소년기는 자폐 아동에게 가장 도전적인 시기 중 하나입니다. 사춘기로 인한 신체 변화, 감정 변화는 물론, 사회적 관계의 질이 깊어지며 자신의 ‘다름’을 인식하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주요 특징:
자존감 저하, 우울감, 불안감

또래 관계에 대한 혼란과 좌절

자폐 정체성에 대한 고민 (나는 왜 다른가?)

자율성과 독립성 요구에 대한 갈등

특히 이 시기의 자폐 청소년은 **정신건강 문제(우울증, 불안, 강박 등)**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서적 지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개입 포인트:
**인지행동치료(CBT)**를 통해 자기조절 및 감정 인식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진로 탐색과 직업 훈련이 병행되어야 하며, 현실적인 사회 기술 훈련도 필수입니다.

자폐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상담 및 지원 그룹이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큰 응원입니다


자폐 아동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겪습니다. 한 시기에는 어려워 보였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도전을 만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발달은 선형적이지 않으며, 각 시기마다 아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부모나 보호자는 아이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아이의 강점을 발견하고 격려하는 사람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자폐의 발달 여정은 단지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아이의 발달을 기다려주고, 응원하고, 그 가능성을 믿는 것.
그것이 진짜 양육의 시작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