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결핍증, 우리 몸 방어선이 무너지다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감염 질환과 병원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약해져서 외부 병원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이 바로 ‘면역결핍증(Immune Deficiency Disorders)’입니다.
1️⃣ 면역결핍증이란 무엇인가요?
✔ 정의와 기본 개념
‘면역결핍증’은 우리 몸을 방어하는 면역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면역계는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등 병원체와 싸우는 시스템으로, 백혈구, 림프구, 면역글로불린(항체), 보체계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들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쉽게 감염되고, 그로 인한 질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면역결핍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선천성 면역결핍증 (Primary Immunodeficiency Disorders, PID)
→ 유전적 결함이나 태어날 때부터 면역계 기능 이상이 있는 경우 - 후천성 면역결핍증 (Acquired Immunodeficiency Disorders)
→ 특정 질환, 약물, 감염 등으로 인해 나중에 면역계가 손상된 경우
이 두 가지 모두 반복적인 감염, 상처 회복 지연,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 등의 공통 증상을 나타낼 수 있으며,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선천성 면역결핍증(PID)의 종류와 특징
선천성 면역결핍증은 보통 유전적 이상으로 인해 면역계가 완전하거나 부분적으로 결핍된 질환군입니다. 2020년 기준, 국제면역학회는 400가지 이상의 선천성 면역결핍증을 확인했습니다. 그중 대표적이고 흔한 질환들을 소개합니다.
1.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 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
-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선천성 면역결핍증
- T세포, B세포, NK세포 모두 결핍되어 있음
- 생후 6개월 이내에 심한 감염 반복
- 백신 접종조차 치명적일 수 있음
- 조기 진단 시 조혈모세포 이식이 유일한 치료
📌 ‘거품 속 소년(SCIDS Boy)’이라는 사례로 대중에 알려짐
2. X-연관 무감마글로불린혈증 (XLA, X-linked agammaglobulinemia)
- B세포가 거의 없거나 기능을 하지 못해 항체 생성 불가
- 일반적으로 남아에서만 발생 (X염색체 유전)
- 생후 6개월 이후 반복적인 세균 감염 시작 (특히 폐렴, 중이염)
- 치료: 정기적인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IVIG)
3. 만성 육아종 질환(CGD, Chronic Granulomatous Disease)
- 식균작용은 정상이나, 병원균을 죽이는 산화 반응이 결핍됨
- 세균, 곰팡이 감염이 반복됨
- 간농양, 폐렴, 림프절염 등의 만성 감염 흔함
- 항생제 및 항진균제 예방적 사용
4. 디조지 증후군(DiGeorge Syndrome)
- 22번 염색체 결손에 의해 발생
- 흉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T세포 면역결핍
- 감염뿐만 아니라 심장 기형, 언어 장애, 지능 발달 지연 동반
- 일부 환자는 성장하면서 면역기능이 회복되기도 함
5. 선택적 면역글로불린 A 결핍 (IgA deficiency)
- 가장 흔한 선천성 면역결핍 중 하나
-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반복적인 점막 감염 (코, 인후, 폐) 발생
- 일부는 알레르기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동반
✅ 선천성 면역결핍증의 공통 특징
- 감기, 폐렴, 중이염, 설사 등 감염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발생
- 감염 후 회복이 매우 느리거나, 자주 재발
- 항생제 효과가 제한적
- 성장 지연, 피부 이상, 장기 이상 등을 동반할 수 있음
👉 특히 생후 6개월~2세 사이 감염이 반복되는 유아는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3️⃣ 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종류와 특징
후천성 면역결핍은 태어날 때는 정상이었던 면역계가 후천적으로 손상된 경우입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가장 대표적인 예는 HIV 감염으로 인한 에이즈(AIDS)입니다.
1. HIV/AIDS
-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가 CD4+ T세포를 공격해 면역 시스템 붕괴
- 초기에는 무증상 또는 독감 유사 증상
- AIDS 단계에서는 폐렴, 결핵, 암 등 기회감염 다발
- 치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ART)로 생존율 향상 가능
- 예방: 콘돔 사용, 정기적 검사, 감염자와의 체액 접촉 차단
📌 조기 치료 시 일반인과 동일한 수명까지도 가능
2. 장기이식 및 항암 치료 환자
- 장기 이식 후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면역억제제 사용
- 백혈병, 림프종 등의 항암 화학요법은 골수의 면역세포 생성을 억제함
- 결과적으로 감염에 취약해지며, 세균·바이러스·곰팡이 감염 발생 증가
3. 영양결핍에 의한 면역저하
- 단백질, 비타민 A, B6, C, D, E, 아연, 철 등의 결핍
-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소아 면역결핍 원인 중 하나
- 노인, 만성질환자, 섭식장애 환자 등도 주의 필요
4. 면역억제 약물 복용
-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
→ 스테로이드(프레드니솔론 등)
→ MTX, 사이클로스포린, 아자티오프린 등
- 장기 복용 시 백혈구 수 감소 → 감염 위험 증가
5. 특정 감염 후 면역 기능 저하
- 홍역, 결핵, 말라리아 등은 일시적 면역저하 유발
-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기능 회복이 지연되는 사례도 일부 보고됨
💊 후천성 면역결핍의 공통 증상
- 가벼운 감기도 잘 낫지 않고, 자주 재발
- 입안의 칸디다증(곰팡이 감염)
- 폐렴, 대상포진, 결핵 등의 기회감염 증가
- 미열, 체중 감소, 피로감이 만성적으로 나타남
- 특정 백신 접종 후에도 항체 생성이 부족함
면역이 무너지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
면역결핍증은 ‘면역의 실패’에서 시작되지만,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조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치료하고, 감염 예방을 철저히 하면 상당수의 환자들은 정상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 유아기 감염 반복
- 노년기 면역저하
- 면역억제제 복용 중인 환자 등
당신 혹은 가족 중 면역 기능이 약해졌다고 느껴진다면, 지금이라도 병원을 방문해 면역 상태를 확인해 보세요. 면역은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