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진단에서 통합교육까지, 아이를 위한 첫 걸음
ADOS, CARS 등 평가 도구의 해석과 일반학교 vs. 특수학교의 선택 기준
아이의 발달이 또래보다 느리거나, 눈맞춤이나 말이 늦는 등의 징후가 보일 때, 부모는 막연한 불안감 속에 “혹시 자폐일까?”라는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눈에 보이는 한 가지 행동만으로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객관적인 평가와 표준화된 검사 도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후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자폐 진단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평가 도구인 ADOS, CARS의 의미와 해석 방법, 그리고 진단 이후 부모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일반학교와 특수학교 중 어디에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통합교육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자폐 진단을 위한 주요 평가 도구 – ADOS, CARS, ADI-R의 이해와 해석
자폐 진단은 단순한 관찰이 아닌 표준화된 도구를 활용한 평가, 전문가의 임상적 소견, 부모의 관찰 기록 등을 종합해 내려집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자폐 진단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도구는 ADOS-2와 CARS, 그리고 필요에 따라 활용되는 ADI-R입니다.
ADOS-2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2)
ADOS는 자폐 진단에서 ‘표준 진단 도구의 황금률’로 불리며, 아이와 검사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소통, 비언어적 표현, 감정 반응, 고정된 관심사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합니다.
● 모듈 구성: 아동의 발달 수준에 따라 1~4단계로 구성
● 모듈 1: 언어 사용이 거의 없는 아동
● 모듈 2: 단어는 사용하지만 문장은 미숙한 아동
● 모듈 3~4: 유창한 언어 사용 가능
● 검사 방식: 검사자는 놀이, 질문, 이야기하기, 과제 제시 등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관찰
● 해석 방법:
각 항목별로 점수를 부여하고, 합산하여 자폐 가능성이 낮음, 경계선, 높음으로 판단함.
하지만 단일 점수만으로 진단하지 않고, 임상적 소견과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
CARS (Childhood Autism Rating Scale)
CARS는 부모나 교사 등 아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해 온 보호자의 관찰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의 척도입니다.
● 구성 항목: 사회적 관계, 모방, 감정 반응, 신체 사용, 언어 등 총 15개 항목을 1점에서 4점까지 평가
● 점수 기준:
● 30점 미만: 비자폐
● 30~36.5점: 경계선 자폐
● 36.5점 이상: 자폐 가능성 높음
● 장점: 일상생활 속 아이의 행동이 반영되며, 가정과 유치원/학교에서의 행동 차이도 고려 가능
ADI-R (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
ADI-R은 주 양육자와의 심층 면담을 통해 아이의 초기 발달, 언어 사용, 사회적 상호작용, 반복행동 등의 과거 이력을 상세히 파악합니다. 특히 ADOS와 함께 사용하면 진단의 신뢰도가 크게 높아집니다.
● 소요 시간: 1~2시간의 심층 면담
● 역할: ADOS가 ‘현재의 행동’을 본다면, ADI-R은 ‘과거부터의 발달 궤적’을 확인
2. 일반학교 vs. 특수학교 – 자폐아의 교육 선택, 무엇을 기준으로?
진단을 받은 후 대부분의 부모는 다음 단계로 “어떤 학교에 보내야 할까?”라는 고민에 직면합니다. 일반학교, 특수학교, 혹은 통합학급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그 기준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에게는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일반학교(통합학급)의 특징
● 장점
● 또래와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술 습득
● 다양한 자극을 통해 새로운 관심사나 학습 동기 유발 가능
● 장기적으로 일반 사회에 통합되기 위한 연습 기회 제공
● 단점
● 감각 과민, 언어 지연 등으로 인해 수업 참여 어려움
● 교사의 이해 부족 또는 환경적 제한으로 인해 소외감 발생 가능
● 개별화된 학습이나 정서적 지원이 부족할 수 있음
● 특히 일반학급에 통합되는 경우, ‘통합교육지원인력(도우미교사)’의 배치 여부가 아이의 적응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수학교(특수학급)의 특징
● 장점
● 낮은 학급당 인원으로 개별화 교육이 가능
● 언어치료, 작업치료, 행동중재 등 특수 지원 병행
● 자폐에 대한 훈련을 받은 교사들로 구성
● 단점
● 또래 관계 형성 기회 부족
● 학습 수준이나 관심사에 있어 제한적 경험 제공
● 장기적으로 일반 사회와의 거리감이 커질 수 있음
실제로 많은 고기능 자폐 아동은 초기에는 특수학급에서 안정감을 찾은 후, 점진적으로 일반학급으로 이동하는 ‘단계적 통합’ 방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3. 통합교육은 가능한가? – 성공적인 통합을 위한 조건과 준비
자폐아가 일반학교에 다니는 것이 무조건 ‘옳다’거나 ‘틀리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의 특성과 현재 수준을 고려해 ‘성장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통합교육의 필요 조건
IEP(개별화 교육 계획)의 정교한 설계와 실행
● 목표 설정부터 평가까지, 개별 상황에 맞춘 학습 계획 수립
교사의 자폐 이해도와 지원 역량
● 감각 민감성,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 정서적 요구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 필요
보조 인력과 특수교사의 협력 체계
● 특수교사, 통합지원사, 상담교사 등이 팀을 이뤄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
환경적 조정
● 조용한 자리 배치, 시각자료 활용, 루틴 안내 등 감각과 인지에 적절한 조정
또래와의 긍정적 관계 형성 지원
● 또래 학생 대상 인식 개선 교육, 역할 놀이 활동, 협동 과제 등을 통해 상호작용 기회 증진
성공적인 통합의 사례
● 초등학교 1학년 A군은 자폐 진단을 받고 통합학급에 배정됨
→ 매 수업 전 시각일정표 확인, 쉬는 시간에는 통합도우미와 함께 감각 자극 활동
→ 초기에는 혼잣말과 반복행동이 많았으나, 6개월 후 간단한 대화와 친구에게 인사하는 행동까지 가능해짐
이처럼 통합교육은 단순한 ‘같은 교실’이 아니라, 아이가 ‘같이 배우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진단은 시작일 뿐, 길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
자폐 진단은 부모에게 충격이자 두려움일 수 있지만, 동시에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ADOS, CARS와 같은 평가 도구는 아이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지도이며, 그 지도 위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부모와 전문가, 그리고 아이가 함께 그려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일반학교든 특수학교든, 어느 쪽이 더 ‘좋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에게 맞는 환경, 아이가 안정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아이는 결코 ‘문제’가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성장하는 하나의 존재입니다.
그 아이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부모와 교사,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손을 잡는 통합적 접근이 지금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