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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불안장애 반복 행동, 마음속 괴물과 싸우는 아이들

by apwndi 2025. 4. 20.

소아 불안장애 반복 행동, 마음속 괴물과 싸우는 아이들


– 소아 불안장애와 강박장애(OCD)를 앓는 아이들에 대하여

반복 행동 속, 마음속 괴물과 싸우는 아이들
반복 행동 속, 마음속 괴물과 싸우는 아이들

1. 아이의 반복 행동, 그저 버릇일까? 불안이라는 그림자


우리는 종종 아이의 반복 행동을 그냥 ‘버릇’이나 ‘습관’ 정도로 치부합니다. 이를테면 손을 자주 씻거나, 옷을 몇 번씩 다시 입었다 벗었다 하거나, 물건을 정확히 정렬하지 않으면 짜증을 내는 행동 같은 것들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일상에 불편을 줄 정도로 반복되고, 아이가 하지 않으면 심한 불안을 느낀다면,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불안장애 또는 강박장애(OCD)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 소아 불안장애란 무엇인가?


소아 불안장애는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정서적 장애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두려움과 불안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치고 지속적이며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라면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분리불안장애: 부모나 보호자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극심한 불안
  • 범불안장애(GAD):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걱정과 긴장
  • 사회불안장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발표, 시선 등에 대한 두려움

 

▪️ 강박장애(OCD)는 왜 나타날까?


강박장애는 불안장애의 한 유형으로, 불안한 생각(강박사고)과 그것을 잠재우기 위한 반복 행동(강박행동)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손이 더럽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반복적으로 손을 씻거나, ‘물건이 정확하게 정렬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길 거야’라는 두려움 때문에 계속 정리 정돈을 반복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아이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반복하게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이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라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2.반복 행동 뒤에 숨은 마음 읽기 – 불안한 아이들의 속마음


아이의 강박 행동이나 불안 반응을 단순한 문제행동으로만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놓치게 됩니다. 그 행동 이면에는 깊은 불안, 두려움, 책임감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 반복 행동은 ‘불안을 조절하려는 방법’일 수 있다

 

강박행동은 아이가 자신의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 선택한 방어기제입니다. 예를 들어 손을 계속 씻는 아이는 ‘더러움’이라는 공포보다는 ‘혹시 가족이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점차 행동화되어 겉으로는 단지 손을 씻는 행동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감정과 연관되어 있는 것입니다.

강박은 때로는 책임감에 대한 과도한 부담과도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아이는 "내가 잘못해서 나쁜 일이 생기면 안 돼"라는 왜곡된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불안장애 아동의 내면 세계 – “생각이 너무 많아요”

 

불안장애를 가진 아이는 주변에서 보기엔 얌전하고, 착하고, 조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속은 끊임없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부모가 늦게 오면 사고 난 건 아닐까, 학교 발표에서 실수하면 놀림 받을까, 친구가 나를 싫어하는 걸까 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며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 아이들은 종종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매우 높은 기준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탓하고 자책합니다. 부모가 볼 때는 아주 사소한 일로 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겐 생존에 가까운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 부모의 반응이 아이의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불안을 겪는 아이에게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생각이 너무 많다”, “그건 이상한 행동이야”라고 반응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숨기게 됩니다. 결국 부모의 반응이 아이의 불안을 오히려 키우는 셈이지요. 반면,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해주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불안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갖게 되고, 이는 치료의 첫 걸음이 됩니다.

 

3. 소아 불안장애와 OCD,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아이의 불안과 강박은 자연적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조기에 인식하고 적절한 접근을 해야, 아동기에서 청소년기, 성인기로 이어지는 정신건강의 악순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첫째, 아이의 불안을 판단하지 말고 ‘함께 느껴주기’

 

“왜 그런 걱정을 해?”, “그건 말도 안 돼”라고 말하면 아이는 자신을 이상한 사람처럼 느끼게 됩니다. 대신, “그럴 수 있지. 그런 걱정이 들면 힘들지?”와 같은 공감의 언어로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 주세요. 이는 치료적 신뢰 형성의 출발점입니다.

 

▪️ 둘째, 치료적 개입 – 인지행동치료(CBT)의 실제

 

불안장애와 강박장애 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증되어 있습니다. CBT는 아이가 자신의 생각(인지)과 행동을 관찰하고, 왜곡된 사고를 수정하며 현실적인 대처 전략을 배우는 치료입니다.

예를 들어, '손을 안 씻으면 병에 걸릴 거야'라는 자동 사고를 '한 번 씻는 것으로 충분해, 더 씻는 건 불안 때문이야'라는 생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불안을 구체적인 언어와 생각으로 다루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 셋째, 점진적 노출과 불안 견디기 훈련

 

강박행동은 일시적으로 불안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행동을 더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조금씩 불안을 견디는 노출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 평소 손을 10번 씻는 아이에게 9번만 씻게 해보고, 불안한 느낌을 참아보도록 돕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아이는 ‘불안은 견딜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물론 이는 전문가의 지도 하에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 넷째, 약물 치료의 병행 고려

 

중등도 이상의 불안장애나 강박장애에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병행되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적절히 처방될 경우, 뇌의 신경전달 기능을 안정시켜 치료에 대한 반응성을 높이고 일상생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다섯째, 학교 및 환경의 조율

 

불안을 쉽게 느끼는 아이들은 학교 환경에서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시험, 발표, 친구 관계, 선생님의 언행 하나하나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교사와 상담하여 지속적인 관찰과 배려, 유연한 과제 수행 방식, 또래 도움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반복 행동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

강박처럼 보이는 행동, 과도한 걱정과 예민함, 예측 불가능한 분리불안… 이 모든 것은 사실 아이가 보내는 불안 신호입니다. 그 신호는 결코 아이의 잘못도, 부모의 실패도 아닙니다. 아이는 단지 그 감정을 스스로 감당할 줄 몰라,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 완벽한 치료사가 되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그 아이의 마음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행동 너머의 감정에 주목한다면, 우리는 이미 아이의 회복 여정을 함께 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