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흉통과 호흡곤란, 혹시 기흉? — 기흉의 모든 것
기흉(氣胸, Pneumothorax)은 말 그대로 "가슴에 공기가 찼다"는 뜻을 가진 질환으로, 폐와 흉막 사이에 공기가 새어 들어가 폐가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허탈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숨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병원에 실려오는 경우, 기흉은 반드시 감별해야 할 중요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특히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젊은 남성에게서 첫 발병이 흔하며, 흡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기저 폐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생기는 이차성 기흉, 외상이나 시술 후 발생하는 외상성 기흉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죠.
이번 글에서는 기흉이란 무엇인지, 어떤 증상과 원인을 가지는지, 그리고 진단과 치료, 예후에 대해 폭넓게 알아보겠습니다.
📌 1. 기흉이란? — 공기가 새어 폐가 주저앉는 질환
▶ 기흉의 정의와 원리
우리 폐는 양쪽 흉곽 안에 있으며, '장측 흉막(visceral pleura)'과 '벽측 흉막(parietal pleura)'이라는 두 겹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두 막 사이 공간을 흉막강(pleural cavity)이라 하며, 정상적으로는 극소량의 윤활액만 들어 있어 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어떤 원인으로든 이 흉막강 안에 공기가 들어가면, 폐가 압박을 받아 정상적으로 팽창하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는데, 이 상태가 바로 기흉입니다. 심하면 폐 전체가 완전히 허탈되어 호흡이 불가능해질 수 있고,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 기흉의 분류
기흉은 발생 원인과 기저 질환 유무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자연 기흉 (Spontaneous Pneumothorax)
- 원발성(Primary): 특별한 폐질환 없이 발생 (주로 젊고 마른 남성에게 많음)
- 이차성(Secondary):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결핵 등 기저 폐질환 환자에서 발생
2. 외상성 기흉 (Traumatic Pneumothorax)
- 교통사고, 날카로운 물체에 의한 외상, 흉부 시술 후 발생
3. 긴장성 기흉 (Tension Pneumothorax)
- 공기가 흉막강으로 들어오지만 나가지 못해 압력이 급격히 증가
- 응급처치가 필요한 치명적인 상태
📌 2. 기흉의 증상과 원인 — 예고 없이 찾아오는 숨막힘
기흉의 증상은 공기의 양, 폐의 허탈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갑작스럽고 날카로운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 주요 증상입니다.
▶ 주요 증상
1. 급성 흉통
- 갑자기 발생하는 편측성(한쪽) 가슴 통증
- 날카롭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심호흡 시 심해지는 특징
2. 호흡곤란
- 숨이 가쁘고 답답한 느낌
- 특히 이차성 기흉이나 긴장성 기흉에서는 매우 심각
3. 기침
- 간헐적으로 마른기침이 나타날 수 있음
4. 청색증, 저혈압, 의식 저하 (긴장성 기흉 시)
- 응급상황으로,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함
▶ 기흉의 주요 원인
1. 자연기흉의 원인
- 키 크고 마른 체형: 폐 상부에 있는 작은 기낭(bleb 또는 bulla)이 파열되면서 발생
- 흡연: 기낭 형성을 유도하여 발생 위험 증가
- 높은 곳 활동: 고산지대 등에서 기압 차로 기낭이 터질 수 있음
- 유전 요인: 마르팡 증후군, 알파1-항트립신 결핍 등
2. 이차성 기흉의 원인
-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 폐결핵
- 폐암
- 섬유화된 폐질환
3. 외상성 기흉의 원인
- 교통사고나 낙상 등으로 인한 늑골 골절
- 흉관 삽입, 중심정맥관 삽입, 기관지내시경 등의 시술
- 날카로운 도구에 의한 직접 손상
기흉은 평소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던 사람에게도 갑자기 생길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 3. 기흉의 진단, 치료, 예후 — 반복 방지와 폐의 회복이 핵심
▶ 진단 방법
기흉은 병력 청취와 진찰, 영상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1. 청진
- 기흉이 있는 쪽에서 호흡음이 감소하거나 들리지 않음
2. 흉부 X선
- 가장 기본적인 검사
- 폐 허탈 정도, 공기 위치 파악
3. 흉부 CT
- 소량 기흉, 반복 기흉, 원인 평가에 유용
- 폐기종, 기낭(bulla) 여부 확인 가능
4. 산소포화도 측정 (SpO₂)
- 산소 부족 여부 평가
▶ 치료 방법
기흉 치료는 환자의 상태, 폐 허탈의 범위, 원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1. 보존적 치료 (자연치유 가능 시)
- 소량 기흉이고 증상이 경미하면 안정, 산소 흡입 후 관찰
- 대부분 1~2주 내에 자연적으로 공기 흡수됨
2. 흉관 삽입술 (Chest Tube Insertion)
- 중등도 이상의 기흉이나 호흡곤란 시 시행
- 흉막강 내 공기를 배출하여 폐 재팽창 유도
3. 수술적 치료 (재발 방지 목적)
- 반복성 기흉, 양측성 기흉, 기낭이 큰 경우 시행
- 주로 비디오 흉강경 수술(VATS)을 통해 기낭 제거 및 흉막유착술 시행
- 흉막강을 일부러 붙여서 공기가 새지 않도록 만드는 방식
4. 응급처치 (긴장성 기흉)
- 생명이 위급하므로, 즉시 바늘로 감압하거나 흉관 삽입
- 신속한 조치 없이는 심정지 가능
▶ 예후와 재발
- 원발성 자연기흉: 첫 발생 후 30~50% 재발 가능
-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재발 위험이 20배 이상 높음
- 적절한 수술 후 재발률은 5% 이하로 낮아짐
- 이차성 기흉은 폐 기능 저하로 인해 더 위험하며, 적극적인 관리 필요
✅ 숨이 갑자기 막히고, 가슴이 찌르듯 아프다면?
기흉은 젊은 사람에게도, 건강한 사람에게도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특히 자연기흉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방치하면 반복되거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 기흉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 갑작스러운 한쪽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 운동 중 또는 휴식 중 갑자기 숨이 차고 답답함
- 기침과 함께 호흡이 악화
- 기흉 경험이 있는 사람이 비슷한 증상을 다시 느낄 때
기흉은 치료 방법이 명확하고, 예후가 비교적 좋은 질환입니다.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면 대부분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흡연을 반드시 중단하고, 기낭이 발견된 경우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기흉은 우리에게 말해주는 질환입니다. 가슴의 신호를 무시하지 마시고, 몸이 보내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