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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무엇인가?

by apwndi 2025. 4. 23.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무엇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신체적, 심리적 충격을 경험한 후, 그 충격이 심리적으로 충분히 처리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는 정신건강 질환입니다. 흔히 전쟁이나 자연재해, 성폭력, 신체적 폭행, 심각한 교통사고, 아동 학대 등 극단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후 발생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PTSD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트라우마 자체가 PTSD를 유발한다기보다, 그것에 대한 반응과 뇌의 처리 방식이 큰 영향을 줍니다.

PTSD는 단순히 충격적인 사건을 ‘잊지 못하는 것’ 그 이상입니다. 이 장애는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불안, 플래시백, 과도한 경계심, 무감각 등의 증상을 유발하고, 심하면 직업, 가족관계, 사회생활까지 위협합니다. 특히 시간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적절한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무엇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무엇인가?

1.  PTSD의 진단 기준 – DSM-5를 중심으로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가 제정한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에 따르면, PTSD는 다음 네 가지 핵심 영역의 증상들이 최소 1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진단됩니다.

 

1. 외상적 사건의 경험 (Criterion A)

직접적인 신체적 위협이나 죽음, 중대한 부상, 성적 폭력 등을

  • 직접 경험했거나
  • 다른 사람이 겪는 것을 목격했거나
  • 가까운 사람이 트라우마를 경험했거나
  • 반복적으로 외상 관련 장면에 노출된 경우 (예: 응급구조사, 수사관 등)

2. 재경험 증상 (Criterion B)

  • 원치 않는 플래시백
  • 악몽
  • 트라우마 상황을 상기시키는 자극에 대한 심한 심리적 반응

3. 회피 증상 (Criterion C)

  •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생각, 감정, 장소, 사람, 대화 주제 회피

4.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 (Criterion D)

  • 자신이나 세상에 대한 부정적 믿음
  • 죄책감, 수치심
  • 감정 무감각, 흥미 상실
  • 친밀한 관계에서 소외감

5. 각성과 반응성의 변화 (Criterion E)

  • 과도한 경계심
  • 짜증과 분노 폭발
  • 수면 문제
  • 집중력 저하

이 외에도 기능 손상(직업, 사회적 관계 등)이 동반되어야 PTSD 진단이 내려집니다. 진단에는 일반적으로 임상심리사의 심층 면담이나 자가 보고형 검사(PCL-5 등)가 활용됩니다.

 

 

2. PTSD의 발병 기전 – 트라우마가 뇌에 남기는 흔적


PTSD는 단지 ‘기억’의 문제로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신경생물학적 변화, 기억 체계의 왜곡,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의 과각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1. 편도체(Amygdala)의 과활성화

편도체는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뇌 부위입니다. PTSD 환자의 경우 편도체가 과민하게 반응하여, 사소한 자극도 ‘위협’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이는 플래시백, 과도한 경계심, 불안 반응으로 이어집니다.

 

2. 전전두엽(PFC)의 기능 저하

전전두엽은 감정 조절, 위험 평가, 판단을 담당합니다. 이 기능이 약화되면, 현실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트라우마 반응이 지나치게 지속됩니다.

 

3. 해마(Hippocampus)의 위축

해마는 기억의 맥락을 처리합니다. PTSD 환자는 해마의 기능 저하로 인해 트라우마 기억이 ‘과거의 일’이 아닌 ‘지금 일어나는 것’처럼 인식되어 플래시백과 악몽이 반복됩니다.

 

4. 호르몬 시스템의 변화

만성 스트레스는 HPA 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을 통해 코르티솔 분비를 변화시키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뇌의 구조와 감정 조절 기능을 손상시킵니다.

이처럼 PTSD는 단순한 심리 반응이 아닌, 뇌 구조와 생리 시스템의 변화가 동반되는 질환입니다. 회복 역시 단순히 "잊자"는 의지만으로는 어렵습니다.

 

 

3. 복합 PTSD(C-PTSD) vs 전형적 PTSD – 무엇이 다를까?


PTSD와 C-PTSD(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모두 트라우마로부터 기인하지만, 원인, 지속 기간, 증상 양상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1. 발생 원인

  • PTSD는 보통 단일 사건(예: 교통사고, 폭행, 재난 등)에 의해 발생
  • C-PTSD는 장기간에 걸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외상 경험(예: 아동기 학대, 가정폭력, 장기 감금 등)에서 비롯됨

2. 증상 구성

C-PTSD는 PTSD의 3대 증상(재경험, 회피, 과각성)에 더해, 다음과 같은 추가적 증상이 존재합니다:

  • 감정 조절의 어려움 (분노 폭발, 자기혐오)
  • 부정적인 자기 이미지 (수치심, 무가치감, 만성적 죄책감)
  • 관계의 어려움 (신뢰 문제, 사람과의 거리 유지, 친밀감 두려움)

3. 진단 구분

DSM-5에는 아직 C-PTSD가 독립 진단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WHO의 ICD-11(국제질병분류 11판)에는 별도의 진단명으로 포함되었습니다.

구분 전형적 PTSD 복합 PTSD (C-PTSD)
외상 단일 외상 반복적, 지속적 외상
증상 재경험, 회피, 과각성 위 증상 + 감정조절 장애, 자기 인식 문제, 대인관계 장애
진단 기준 DSM-5 기준 ICD-11 기준
예시 교통사고, 강도 사건 아동학대, 성폭력, 장기 수감 등


4. 치료 방향의 차이

C-PTSD는 일반적인 PTSD 치료보다 더 긴 시간과 통합적인 접근(심리치료 + 관계 치료 + 안정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치료 과정에서 안전감 형성, 자기 인식 회복, 감정조절 기술 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PTSD는 단지 충격적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충격이 몸과 마음에 뿌리내려 삶 전체를 흔드는 질환입니다. 복합 PTSD의 개념을 함께 이해하면, 보다 다양한 외상 반응과 그 복잡한 양상을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외상 자체보다, 그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어떤 방식으로 뇌와 정서를 재구성했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조기 발견과 올바른 치료,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함께한다면 PTSD는 충분히 회복 가능한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PTSD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이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의 삶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다면 회복도 가능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한 순간이 인생 전체를 뒤흔들 수 있지만, 또 누군가의 따뜻한 공감은 그 어둠에서 빠져나오는 빛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당신이 겪은 고통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