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력을 훔치는 질환, 녹내장 완전 가이드
녹내장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안질환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녹내장을 알고 있으면서도 얼마나 ‘위험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질환’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녹내장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자신도 모르게 시신경이 손상되고, 결국 말기에 이르러서야 시야가 좁아졌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녹내장의 정의부터 증상, 진단 방법, 그리고 치료 및 관리에 이르기까지, 녹내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세 가지 큰 틀로 나누어 설명드리겠습니다.
녹내장이란 무엇일까? – 시신경 손상의 시작
🌀 녹내장의 정의
녹내장은 눈 속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만성적인 질환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눈 속의 압력, 즉 안압(Intraocular Pressure) 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시신경을 압박해 손상이 발생하지만,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녹내장이 생기는 정상 안압 녹내장도 흔히 존재합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서는 정상 안압 녹내장의 비율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 안압과 방수의 관계
안압은 눈 속에서 생성되는 ‘방수(Aqueous humor)’라는 액체에 의해 유지됩니다. 방수는 눈 속에서 생성되어 전방(눈의 앞쪽 공간)을 순환한 후, 슐렘관(Schlemm’s canal)을 통해 배출됩니다. 이 배출 경로에 이상이 생기거나 배출량보다 생성량이 많아질 경우, 눈 속에 압력이 높아지고 시신경이 눌리게 되어 손상이 시작됩니다.
녹내장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발생하며,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말기에는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 주요 발생 유형
- 원발 개방각 녹내장
가장 흔한 유형으로, 배출 통로는 열려 있으나 배출 저항이 커서 안압이 천천히 올라가는 유형입니다. 서서히 진행되어 초기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방수 배출 통로인 전방각이 갑자기 닫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응급 질환입니다. 극심한 안통, 구토,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 정상 안압 녹내장
안압은 정상 범위이나, 시신경이 혈류 장애나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손상되는 녹내장입니다. 한국인에게 특히 흔합니다.
녹내장의 주요 증상과 경고 신호
🌀 초기에는 아무 증상도 없다는 사실
녹내장의 가장 무서운 특징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시야가 실제로 좁아지고 나서야 이상을 느끼며, 그 시점에서는 이미 상당한 시신경 손상이 발생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녹내장은 ‘조용한 시력 도둑’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 시야 결손의 진행 양상
녹내장에서 손상은 대부분 주변 시야에서 시작되며, 점차 중심부로 진행됩니다. 초기에는 운전 중 차량의 옆에 있는 사물을 놓친다거나, 걸을 때 부딪히는 일이 늘어나는 정도일 수 있습니다. 진행되면 시야가 ‘터널처럼’ 좁아지는 ‘터널 시야(Tunnel Vision)’로 이어집니다.
말기에 이르면 중심 시야마저 잃고 실명에 가까운 상태가 됩니다. 한쪽 눈에서 서서히 진행되면 다른 눈이 이를 보완해 일상생활에서 이상을 못 느끼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 급성 녹내장의 증상
반면,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증상이 극심하고 빠르게 나타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동반됩니다.
- 극심한 눈 통증
- 두통과 함께 구토
- 시야에 무지개빛 후광이 생김
- 시력의 갑작스러운 저하
- 눈의 충혈 및 경직된 동공
이러한 경우 즉시 응급실이나 안과를 방문해야 실명을 막을 수 있습니다.
녹내장의 진단 및 치료: 시력을 지키는 관리 전략
🌀 정밀한 진단 과정
녹내장은 다양한 안과 장비를 이용한 정밀한 검사를 통해 진단됩니다. 주요 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안압 검사: 비접촉식(바람을 이용한 방식) 또는 접촉식(골드만 안압계)을 사용해 안압을 측정합니다.
- 시야 검사(Visual Field Test): 시야 내 어느 영역에 결손이 있는지를 측정합니다.
- 광간섭단층촬영(OCT): 시신경 섬유층의 두께와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 전방각 검사: 전방각의 개방 여부와 모양을 확인하여 개방각 또는 폐쇄각 여부를 파악합니다.
- 안저 검사: 안저 카메라로 시신경 유두의 형태 및 색 변화 등을 관찰합니다.
이 중 OCT와 시야 검사는 녹내장의 조기 진단과 진행 경과 추적에 필수적입니다.
🌀 치료 방법: 안압 조절이 핵심
녹내장은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안압을 낮추는 치료가 중심이 되며,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약물 치료 (점안제)
- 방수의 생성 억제 또는 배출 증가를 유도하는 안약 사용
- 대표 성분: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 베타 차단제, 알파 작용제, 탄산탈수효소 억제제 등
- 대부분 하루 1~2회 점안하며, 복합제도 존재
레이저 치료
- SLT(선택적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 개방각 녹내장에서 방수 배출 개선
- 레이저 홍채절개술: 폐쇄각 녹내장의 예방 및 치료 목적
수술 치료
- 섬유주절제술: 새로운 방수 배출 통로를 만들어 안압을 조절
- 방수 유출관 삽입술: 인공 배출 장치를 삽입하여 안압을 낮춤
- 미세침습 녹내장 수술(MIGS): 최신 기법으로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빠름
🌀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
녹내장은 만성질환으로, 약물 복용이나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추적검사와 관리가 필수입니다. 꾸준히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다시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 검진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다음과 같은 생활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
- 눈을 혹사시키지 않기
- 금연과 절주
- 눈을 문지르지 않기
- 안약 복용 시간 지키기
📌 녹내장은 조기 발견과 지속 관리가 생명을 지킵니다
녹내장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릴 수 없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안압을 철저히 조절한다면 평생 실명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자신의 눈 건강을 체크하고, 특히 40대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녹내장은 ‘노인의 병’이 아닙니다. 근시가 심한 청년이나 당뇨병 환자,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눈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은 정기 검진과 관심입니다. 시야가 좁아진 뒤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바로 눈을 위한 결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