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ADHD를 ‘아이들만의 질환’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동기에 진단된 ADHD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어떤 사람은 성인이 될 때까지 ADHD를 인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성인 ADHD의 주요 증상과 함께 아동기 ADHD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성인 ADHD란? – 보이지 않는 고통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주의 집중의 어려움, 충동 조절의 문제, 과잉 행동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발달장애입니다. 흔히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성인의 약 2.5~4%도 ADHD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인 ADHD는 아동기 ADHD처럼 눈에 띄는 과잉행동보다는, 내면의 혼란과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이 중심이 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약속 시간에 자주 늦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반복됩니다.
또한 성인 ADHD는 흔히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수면장애 등과 함께 나타나서 진단이 늦어지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도 단순한 성격 문제나 게으름, 혹은 스트레스 탓으로 여기기 쉬워 적극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2. 아동기 ADHD와 성인 ADHD의 차이점
ADHD는 기본적으로 같은 뿌리를 가진 신경발달장애이지만, 아동기와 성인기에는 증상의 표현 양상과 사회적 영향이 달라집니다. 아래는 그 차이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구분 | 아동기 ADHD | 성인 ADHD |
---|---|---|
과잉행동 |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함, 자주 뛰어다님 | 내면의 불안, 생각이 많아 머리가 '쉬지 않음' |
주의력 문제 | 수업 집중 어려움, 장난감에 쉽게 싫증 | 업무 집중 어려움, 대화 중 산만함 |
충동성 | 차례 기다리지 못함, 말을 끊음 | 즉흥적인 결정, 관계에서의 충동적 반응 |
사회적 영향 | 학업 성취 저하, 친구들과의 갈등 | 직장 문제, 인간관계 갈등, 자존감 저하 |
진단 경로 | 교사/부모의 관찰로 진단되는 경우 많음 | 본인의 고통이나 우울·불안으로 병원 방문 |
또한 성인 ADHD는 더 복잡한 사회적 역할(직장, 결혼, 양육 등)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증상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더 광범위하고 심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습니다.
3.성인 ADHD의 공존 질환이 중요한 이유
성인 ADHD는 단순히 ‘산만함’이나 ‘집중력 부족’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다른 질환과 함께 나타나며, 진단이 늦어지거나 치료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공존 질환을 함께 이해하면 ADHD 자체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더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1.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s)
■ 어떤 질환인가요?
불안장애는 과도한 걱정, 긴장, 공포 등의 감정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지속되는 질환입니다. ADHD와 함께 매우 자주 나타나며, ADHD 성인의 약 40~60%가 불안장애 증상을 경험합니다.
■ 대표적인 유형
범불안장애 (GAD): 특별한 이유 없이 항상 불안하고 걱정이 많습니다.
공황장애: 갑작스러운 극심한 불안 발작이 반복됩니다.
사회불안장애: 사람들 앞에서 말하거나 행동하는 데 극심한 불안을 느낍니다.
강박장애(OCD): 반복적인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합니다.
■ ADHD와의 연관성
ADHD 특유의 실수, 지연, 기억력 문제로 인해 일상에서 실패 경험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불안이 커집니다.
일의 순서를 잡지 못하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불안감이 과도하게 커지며,
불안이 너무 심해 집중을 더 방해하게 되면, ADHD와 불안장애의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치료 및 관리
약물 치료 : SSRI(항우울제), 벤조디아제핀 (단기), 비약물 치료는 인지행동치료(CBT)
ADHD 치료를 병행하면 불안도 호전되는 경우 많습니다.
‘예상 불안’을 다루는 훈련, 체계적인 루틴 만들기, 호흡법 등이 도움됩니다.
2. 우울증 (Depression)
■어떤 질환인가요?
우울증은 슬픔, 무기력, 흥미 저하 등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며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질환입니다. 성인 ADHD 환자의 약 30~50%가 우울 증상을 겪습니다.
■ADHD와의 연관성
실패 경험, 낮은 자기효능감, 반복되는 자기비난은 ADHD가 만든 환경적 결과입니다.
ADHD로 인한 학업/직장 문제 → 자존감 저하 → 우울감 → 동기 저하 → 더 나쁜 결과
일부 ADHD 환자들은 기분 조절이 어려워 급격한 기분 변화(감정 기복)를 겪고, 이는 조울증(Bipolar Disorder)과 혼동되기도 함.
■주요 증상 (ADHD와 중복되기도 함)
우울증 증상 ADHD와 혼동될 수 있는 증상
무기력, 집중력 저하 ADHD의 실행 기능 장애와 비슷함
수면/식욕 변화 ADHD와 함께 나타나기 쉬움
죄책감, 자기비난 반복되는 실패경험에서 비롯됨
■치료 및 관리
약 물 : 항우울제 (SSRIs, SNRIs 등), ADHD와 함께 진단되면 두 질환 모두에 효과 있는 약 조합 필요
심리치료 : 자기인식, 자존감 회복 중심
작은 성공 경험을 쌓고, ‘작은 일부터 해낸다’는 성취 루틴 만들기
3. 수면장애 (Sleep Disorders)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ADHD 성인 중 많은 사람들이 수면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면뿐만 아니라 수면리듬의 혼란, 과도한 낮잠, 뒤바뀐 수면 주기 등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 대표적인 유형
불면증: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깸
지연 수면 위상 증후군(DSPS): 새벽에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 고정됨
기면증/과다수면증: 낮에 심한 졸림, 수면 발작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ADHD와 함께 나타날 수도 있음
■ ADHD와의 연관성
뇌의 각성 상태가 조절이 안 되어 잠들기 어려움
지나치게 많은 생각과 걱정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룸 (racing thoughts)
약물(특히 자극제 계열)의 영향으로 수면장애가 악화될 수도 있음
■ 치료 및 관리
수면 루틴 정착 만들기(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전자기기 줄이기, 자기 전 자극 줄이기
필요 시 수면유도제 또는 비자극제 ADHD 약물 사용 고려
인지행동치료(CBT-I)는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
4. 그 외 자주 동반되는 질환들
■질환 설명
틱 장애 / 투렛증후군 : ADHD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충동 억제와 관련 있음
조울증 (양극성장애) : 감정 기복이 ADHD와 헷갈리기 쉬움, 감별 진단 필요
알코올·약물 사용장애 : 자기조절의 어려움이 중독 위험 증가시킴
섭식장애 (폭식증 등) : 충동성과 감정조절 어려움이 원인이 되기도 함
ADHD 치료는 공존 질환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성인 ADHD는 단순히 '집중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불안, 우울, 수면장애와 엉켜 있는 경우가 많고, 이들 질환이 ADHD를 가리는 ‘가면’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ADHD 진단이나 치료를 받을 때는 다른 질환도 함께 진단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ADHD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관리’의 대상
성인 ADHD는 단순히 성격 문제나 의지 부족의 결과가 아닙니다. 뇌의 특성과 신경 발달의 차이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원인이 있는 상태입니다. ADHD를 가진 사람들도 충분히 능력 있고, 창의적이며, 따뜻한 사람입니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만약 위 내용 중 본인의 경험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ADHD는 이해받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 질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