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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이해하다

by apwndi 2025. 4. 25.

조울증, 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이해하다


 조기 징후부터 오진, 주요우울장애와의 차이까지

조울증, 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이해하다
조울증, 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이해하다

1. 조울증의 조기 징후: 평범해 보이지만 분명한 신호들


조울증(양극성 장애)은 단순한 기분 변화의 질환이 아닙니다. 기분, 에너지, 행동, 수면, 사고 패턴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는 그 시작이 매우 애매하고, 종종 ‘개인의 성격’이나 ‘일시적인 기분’으로 오해받기 쉽다는 점입니다.

 

자주 간과되는 조기 증상들

 

1) 경조증: "요즘 기분이 좋아요!"의 함정

초기 조울증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경조증(hypomania)입니다. 경조증은 조증(mania)보다 약한 단계이지만, 매우 눈에 띄는 활력, 자신감, 사교성 증가, 수면욕구 감소 등의 증상이 동반됩니다. 특히 생산성이 오르고 아이디어가 넘쳐흐르기에 환자 스스로도 이를 ‘이상적 상태’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경조증의 특징 설명
수면 없이도 에너지 충만 2~4시간 자고도 멀쩡함
과도한 자신감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느낌
말이 많아지고 속도가 빨라짐 상대방 말을 끊고 흥분된 어조
충동적인 행동 소비, 섹슈얼한 행동, 투자 등에서 위험 감수 증가


2) 우울기: 반복되는 무기력과 자기비하

초기엔 대부분 우울 증상으로 병원을 찾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순한 우울증과는 달리 이전에 ‘기분이 너무 좋았던’ 시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이 기록되지 않거나 간과되면, 조울증 진단이 지연되거나 잘못 내려지게 됩니다.

 

3) 감정 기복의 주기성

어떤 환자들은 계절마다 또는 특정 사건 후 기분의 큰 변화를 겪습니다. 이런 감정 사이클은 "조울증 스펙트럼"의 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특히 우울기와 경조증/조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주기성을 가진다면 조기 평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초기 징후 예시

  • 말수가 갑자기 늘고, 대화 중단이 어려움
  • 친구들에게 "너무 피곤하지 않냐"는 말을 자주 들음
  • SNS에 과도하게 글을 올리거나 밤샘 활동이 잦아짐
  •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나 자주 바뀜, 끝맺지 못함
  • 소비가 급증하며 충동구매를 합리화함

이러한 양상이 반복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생활 리듬이 무너지고 사회적 관계, 직업, 학업 등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2. 진단 시기와 오진 가능성: ‘우울증’이라는 덫


양극성 장애의 가장 큰 진단상의 문제는, 처음부터 조울증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환자들은 우울 상태에서 처음 병원을 찾기 때문에, 주요우울장애(MDD)로 진단받고 오랜 시간 치료받는 동안 조증이나 경조증을 겪고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갑니다.

 

평균 진단 소요 기간: 5~10년

연구에 따르면, 양극성 장애 환자가 실제로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7~10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잘못된 약물 처방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환자의 삶에 장기적 타격을 입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진의 주요 이유

1) 우울증만 병원을 찾는다
처음 병원을 방문할 때 대부분은 우울기 상태입니다. 과거에 경조증을 겪었다 하더라도, 환자나 보호자는 그것을 ‘증상’이 아닌 ‘좋았던 시기’로만 여깁니다. 이로 인해 우울증으로만 진단되고 항우울제를 처방받는 일이 흔합니다.

 

2) 경조증의 인식 부족
경조증은 사회 기능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병원에서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이 상태가 중요한 진단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기록되지 않으면 진단은 MDD로 고정됩니다.

 

3) 항우울제에 대한 역반응
항우울제를 복용한 후 갑자기 기분이 올라가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 이는 양극성 장애를 시사하는 단서가 됩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이 시기를 치료 효과로 오해하고 보고하지 않거나, 담당 의사도 그 가능성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진단 시 고려해야 할 평가 항목

평가 요소 주요 내용
가족력 직계가족 중 조울증 환자가 있는지
과거 기분사 지나치게 고양된 기분 상태의 경험 여부
수면 패턴 변화 변화 수면욕구 감소 여부
충동 행동 소비, 성, 말, 위험 행동 등
약물 반응 항우울제 사용 후 조증 발현 여부

 


3. 양극성 장애 vs 주요우울장애: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길


우울증과 조울증은 겉보기엔 유사해 보이지만, 뇌의 작동 방식, 약물 반응, 예후, 재발률, 치료 전략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질환입니다. 잘못된 진단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와 주요우울장애(MDD)의 차이점 비교

구분 주요우울장애 (MDD) 양극성 장애 I형 양극성 장애 II형
기분상태  지속적인 우울감 조증과 우울의 반복 경조증과 우울의 반복
고양된 기분 없음 뚜렷한 조증 상대적으로 경한 경조증
발병 시기 20대 후반~30대 초 10대 후반~20대 초 20대 초반 ~중반
약물 반응 항우울제에 잘 반응 항우울제로 조증 유발 가능 기분안정제 필요
치료 전략 항우울제 + CBT 기분안정제 + 조증 관리 기분안정제 + 우울기 관리
재발률 중간 높음 높음 (우울기 중심)


진단의 중요성: 치료 전략이 완전히 다르다

  • 주요우울장애는 항우울제 위주의 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합니다.
  • 양극성 장애는 항우울제 단독 처방이 금기일 수 있습니다. 조증을 유발하거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양극성 장애에는 반드시 기분안정제(리튬, 발프로산 등)가 사용되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항정신병 약물을 병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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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로 보는 차이점

A씨는 27세 여성으로 3년 동안 반복적인 우울 증세로 정신과를 다니며 항우울제를 복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약 복용 후 갑자기 밤을 새워 집안을 청소하고, 일주일간 잠을 거의 자지 않았음에도 피곤하지 않고, 친구들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정신과에서는 이를 경조증의 증거로 보고 양극성 II형 장애로 재진단하였고, 이후 기분안정제 투약으로 큰 호전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진단의 전환은 환자의 삶에 중대한 차이를 만듭니다.

 

 

조울증, 진단의 핵심은 '과거의 기분'을 묻는 것
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고 나쁜 것을 반복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일상생활에 큰 타격을 주는 질병이며, 조기 발견과 올바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핵심 요약

  • 조울증의 시작은 우울기와 경조증이 교차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 처음 병원을 찾을 때 대부분은 우울기 상태이기 때문에 MDD로 오진되기 쉽습니다.
  • 경조증은 ‘좋았던 시기’로만 여겨져 진단에서 누락되곤 합니다.
  • 주요우울장애와 양극성 장애는 약물, 치료 전략, 재발 패턴이 다르므로 반드시 구분되어야 합니다.

 

자신 혹은 가족이 우울 증상과 함께 충동적 행동, 수면 변화, 기분 기복을 반복한다면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단지 ‘기분 문제’로 넘기기엔 그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