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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가는 여정: 알츠하이머병과 그 진행단계의 모든 것

by apwndi 2025. 5. 4.

기억을 잃어가는 여정: 알츠하이머병과 그 진행단계의 모든 것

기억을 잃어가는 여정: 알츠하이머병과 그 진행단계의 모든 것
기억을 잃어가는 여정: 알츠하이머병과 그 진행단계의 모든 것

 

1. 알츠하이머병이란 무엇인가?


기억, 언어, 자아까지 침범하는 뇌의 침묵하는 침입자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계 질환으로,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가 환자의 뇌에서 특이한 병리적 변화(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신경섬유 엉킴)를 발견하면서 이 병은 그의 이름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이 질환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지기능, 기억력, 사고력, 언어 능력, 공간 인식, 문제 해결 능력, 성격과 감정 등 다양한 정신적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며, 결국에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뇌질환입니다.

 

●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같은 말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혼용하여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치매(dementia)’는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즉,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유발하는 다양한 질환 중 하나이며, 가장 흔한 형태일 뿐입니다.

  • 치매: 다양한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인지기능 손상의 증후군
  •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 질환 (전체 치매의 약 60~70%)

● 병리학적 특징: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알츠하이머는 뇌 속 특정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뉴런의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1. 베타 아밀로이드(β-amyloid) 플라크:
    뉴런 사이에 축적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로, 신경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2. 타우 단백질(Tau)의 엉킴:
    뉴런 내부에 존재하던 타우 단백질이 이상 변형되면서 미세소관 구조를 붕괴시키고 뉴런을 죽음에 이르게 만듭니다.

이러한 병리 변화는 보통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에서 시작되어 점차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등 다른 부위로 퍼지며, 환자의 사고력, 언어 능력, 운동 조절 등 광범위한 기능 저하로 이어집니다.

 

● 원인과 위험 요인

알츠하이머는 아직까지 명확한 단일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유전적 요인:

  • APOE-e4 유전자 보유 시 위험 증가
  • 조기 발병형 알츠하이머는 PSEN1, PSEN2, APP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

환경/생활 습관 요인:

  • 노화: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
  •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 뇌 손상 이력, 흡연, 음주
  • 인지 활동 부족, 사회적 고립
  • 우울증, 만성 스트레스

예방 가능한 요인:


연구에 따르면 전체 치매 발병 요인의 약 40%는 예방 가능한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사회적 활동은 예방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2. 알츠하이머의 진행 단계: 증상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알츠하이머는 단기간에 발병하는 병이 아닙니다. 보통 10~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그 경과는 다음과 같은 7단계 또는 3단계 모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임상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3단계 모델(초기, 중기, 말기)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1단계: 초기 알츠하이머병 (Early stage)

주요 증상:

  • 단기 기억력 감퇴: 방금 들은 이야기나 약속, 대화 내용을 잊음
  • 동일한 질문 반복, 일상적인 단어의 기억이 어려움
  • 주의 집중력 저하: 독서 중 흐름을 잃거나 영화 줄거리 이해 어려움
  • 시간 감각 약화: 요일이나 날짜 혼동
  • 감정 변화: 우울, 불안, 성격 변화가 나타나기도 함
  • 일상 업무의 오류: 금전 관리나 약 복용 실수 등

초기에는 환자 본인이 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많으며, 이로 인해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아직은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가까운 가족들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 2단계: 중기 알츠하이머병 (Moderate stage)

주요 증상:

  • 장기 기억 저하: 가족 구성원, 과거 사건도 잊어버리기 시작
  • 언어장애: 문장 구성 어려움, 말의 흐름이 끊기거나 반복됨
  • 공간 인식 장애: 낯익은 장소에서도 길을 잃거나 방향 혼동
  • 행동 변화: 짜증, 공격성, 피해망상, 반복 행동 등 출현
  • 일상 기능 저하: 식사, 옷 입기, 배변 등 기본적인 생활에 보조 필요

이 단계에서는 환자의 돌봄이 본격적으로 필요해집니다. 가족들은 감정적 소모와 신체적 부담을 동시에 겪게 되며, 사회적 고립이나 소진 증후군(burnout)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 3단계: 말기 알츠하이머병 (Late stage)

주요 증상:

  • 자기 인식 상실: 자신의 이름, 가족, 주변 환경을 인식하지 못함
  • 의사소통 불능: 단어나 문장을 구사할 수 없음
  • 운동 기능 저하: 걷기 어려움, 넘어짐, 결국 침상에만 머무르게 됨
  • 연하 장애: 음식물 삼키는 능력 저하 → 영양 부족, 흡인성 폐렴 위험
  • 대소변 실금, 근육 위축, 욕창 발생 가능성

말기 알츠하이머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조차 저하된 상태로, 대부분 합병증(폐렴, 욕창 감염, 탈수,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 알츠하이머의 평균 생존 기간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은 약 8~12년 정도이며, 조기 진단 및 적절한 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마다 진행 속도와 증상은 다를 수 있습니다.

 

 

3. 인간다움을 지키는 돌봄: 환자와 가족을 위한 실질적 가이드


알츠하이머는 단지 환자 개인의 병이 아닙니다. 가족 전체,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병입니다. 이 병은 기억을 지우고 자아를 흐리게 만들지만, 돌봄을 통해 인간다움은 여전히 지킬 수 있습니다.

 

● 조기 진단의 중요성

  • 인지기능검사(K-MMSE, SNSB), MRI, PET-CT,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초기 알츠하이머 진단 가능
  • 조기 진단 시 약물 치료(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등)로 진행 속도 완화 가능
  • 환자 스스로 미래 계획을 세울 기회를 가짐 (재정, 돌봄, 삶의 마무리 등)

● 가족의 역할과 스트레스 관리

  • 일관된 일상 루틴 유지로 혼란 감소
  • 환자에게 존중과 자율성 부여
  • 분노, 짜증은 병의 증상임을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기
  • 보호자 지원 모임, 전문가 상담, 임시 요양 서비스 등을 적극 활용

● 사회적 과제

  • 고령화 사회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중
  • 돌봄 인프라 확충, 요양병원 정비, 간병인 제도 개선이 시급
  • 환자의 인권, 존엄성, 자기 결정권 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 마련 필요

 

 

알츠하이머, 기억을 잃더라도 사랑은 남습니다
알츠하이머는 고통스러운 병입니다. 하지만 이 병을 통해 우리는 기억이 아닌 감정과 관계의 본질, 그리고 인간의 연약함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의 의미를 다시금 배우게 됩니다. 환자는 이름을 잊더라도 손의 온기, 사랑의 시선, 익숙한 음악과 냄새에 반응합니다. 완치가 어려운 질병일지라도, 사랑과 존엄으로 함께 살아낼 수 있는 여정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