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형 성격장애란? 대인관계에서의 거리감과 정서적 냉담함
1. 분열형 성격장애란 무엇인가? – 고립과 정서적 거리감의 본질
분열형 성격장애(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SPD)는 성격장애의 한 유형으로, 대인관계에서의 거리감과 정서적 냉담함이 주요 특징입니다. 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으며,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기쁨이나 욕구를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이는 단순한 내향성이나 수줍음과는 다른 차원의 성향으로,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깊은 심리적 고립과 무관심의 결과입니다.
미국 정신의학회(APA)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5판(DSM-5)에 따르면, 분열형 성격장애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중심으로 진단됩니다:
- 가족 이외의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거의 원하거나 즐기지 않음
- 거의 항상 혼자 하는 활동을 선택함
- 타인과의 성관계에 대한 관심이 없음 또는 거의 없음
- 기쁨을 주는 활동이 거의 없음
- 가까운 친구나 신뢰하는 사람이 없음
- 타인의 칭찬이나 비판에 무관심함
- 정서적 냉담함, 거리감, 평평한 감정 표현
이러한 성격 특성은 청소년기 후반에서 성인기 초반에 시작되어 일생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직업, 사회생활, 가족관계 등 전반적인 삶의 기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들은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거나, 스스로를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분열형 성격장애는 흔하지 않으며 전체 인구의 약 3~5%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성에게서 더 흔히 진단되며, 외부에서 보기엔 고독하고 감정이 메마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면은 감정을 억제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분열형 성격장애의 원인과 유사 장애와의 차이점
분열형 성격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물학적, 유전적,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 유전적 소인
정신분열증(조현병)과 유전적으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분열형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직계 가족 중에는 조현병이나 다른 성격장애(Schizotypal, Paranoid 등)를 가진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뇌 기능이나 신경전달물질, 특히 도파민 체계의 이상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애착과 환경 요인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왜곡되었거나, 정서적 지지 없이 자란 경우에도 SPD가 발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관심하거나 감정 표현이 결여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타인과의 친밀감 형성을 회피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며, 결국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한 상태로 고착될 수 있습니다.
3) 유사 장애와의 감별
분열형 성격장애는 몇 가지 장애와 혼동되기 쉬우므로 정확한 감별이 필요합니다:
- 회피성 성격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 이들은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 관계를 회피하지만, 속으로는 관계를 갈망합니다. 반면, 분열형 성격장애는 관계 자체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습니다.
- 분열형 성격장애(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 마법적 사고나 기이한 사고방식을 보이며, 사회적 고립도 동반되지만 인지 왜곡이 핵심입니다.
- 조현병(Schizophrenia): 환각, 망상, 사고장애 등의 심한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점에서 분열형 성격장애와 구분됩니다. 분열형은 현실감은 유지됩니다.
이러한 감별 진단은 정확한 평가를 위해 임상 심리사의 상담과 평가 도구 사용이 필요합니다.
3. 분열형 성격장애의 치료와 일상에서의 이해
분열형 성격장애는 치료가 쉽지 않은 성격장애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이는 이들이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타인과의 정서적 상호작용 자체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삶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 2차적인 문제가 동반될 경우 치료가 필요합니다.
1) 심리치료: 관계에 대한 재구성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접근은 ‘신뢰 형성’입니다. 초기에는 치료사와의 관계도 어렵게 여겨 치료에 저항할 수 있지만, 장기적이고 일관된 치료 관계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감정 인식과 표현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인지행동치료(CBT)는 자신에 대한 왜곡된 믿음(예: "나는 혼자가 더 편해", "다른 사람은 귀찮은 존재")을 다루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대인관계 치료나 심리역동적 치료는 무의식적 방어기제와 초기 관계 경험을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약물치료: 2차적 증상에 대응
분열형 성격장애 자체에는 약물이 효과적이지 않지만, 동반된 우울증이나 불안이 심한 경우 항우울제나 항불안제가 보조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대인기피가 심해 일상 기능을 방해할 경우 항정신병 약물의 저용량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3) 일상생활에서의 이해와 지지
분열형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과의 거리감을 필요로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변에서는 이를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존중’과 ‘안정된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들은 조용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잘 기능할 수 있으며, 개별적인 취미나 일에 몰입할 때 강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 직장에서는 대인관계보다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적합할 수 있으며, 정해진 루틴이 도움이 됩니다.
- 가족이나 지인은 그들의 표현 부족을 ‘무관심’으로 오해하지 말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의 목표는 이들의 성격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2차적인 고통을 줄이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거리두는 삶’을 이해하는 첫걸음
분열형 성격장애는 겉보기에 무표정하고 차갑고, 심지어 무감각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그들이 타인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는 방식 자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가 필수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삶은 자칫 ‘이상하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인간이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거나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열형 성격장애는 치료가 어렵다고 여겨지지만,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점차 자신의 세계를 열 수 있습니다. 치료자와 사회의 온전한 수용이, 이들이 고립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