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뇌전증), 왜 생기고 어떤 증상이 있나요?
1. 간질(뇌전증)이란 무엇인가요?
간질, 정확한 의학 명칭으로는 뇌전증(Epilepsy)이라 부릅니다. 이 질환은 뇌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기적 흥분으로 인해 반복적인 경련성 발작이 나타나는 만성 신경계 질환입니다.
한 번의 발작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간질은 두 번 이상의 비유발성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비유발성’이란 특별한 유발 원인 없이 발작이 일어난다는 뜻으로, 예를 들어 고열, 약물 과용, 저혈당 등에 의해 생긴 발작은 간질로 보지 않습니다.
✨ 간질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6천만 명 이상이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약 3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존재합니다. 연령, 성별, 인종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소아와 노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 소아기: 선천성 뇌기형, 유전질환, 출산 시 손상 등
- 노년기: 뇌졸중, 뇌종양, 외상 등 구조적 원인
✨ 간질은 정신질환이 아닙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간질을 ‘정신병’ 또는 ‘정신질환’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간질은 뇌의 전기적 신호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학적 질환입니다. 뇌의 특정 부위에서 비정상적 흥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경련, 의식 소실,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 간질의 증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간질 발작은 단순히 넘어지고 거품을 무는 전신경련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멍하니 정지해 있거나,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거나, 심지어는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지는 증상도 간질 발작의 일종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간질은 매우 다양한 형태의 발작을 보일 수 있으며, 이를 이해하는 것은 진단과 치료에 매우 중요합니다.
2. 간질 발작의 종류 – 생각보다 다양한 증상들
간질의 가장 큰 특징은 반복적인 발작입니다. 하지만 모든 발작이 동일하지는 않으며, 발작이 발생하는 뇌 부위와 그 전파 방식에 따라 매우 다른 형태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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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소 발작 (부분 발작, Focal Seizure)
뇌의 특정 한 부분에서 전기적 이상이 시작되는 발작으로,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① 단순 국소 발작 (Simple Focal Seizure)
- 의식이 유지된 상태에서 발작이 일어납니다.
- 신체 일부가 떨리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감각 이상이 발생합니다.
- 예: 오른손이 저리고 떨리는 증상이 1~2분 지속
② 복합 국소 발작 (Complex Focal Seizure)
- 의식이 흐려지거나 반응이 줄어듭니다.
- 환자는 의미 없는 행동(입맛 다시기, 손 비비기 등)을 반복하며 이후 기억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③ 국소 발작의 2차 전신화 (Secondary Generalized Seizure)
- 국소 발작이 전신으로 퍼져 전신 강직-간대 발작(대발작)으로 이어집니다.
⚡ 전신 발작 (Generalized Seizure)
발작이 뇌 전체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주요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강직-간대 발작 (Tonic-Clonic Seizure)
- 가장 대표적인 ‘대발작’ 유형
- 갑작스런 의식 상실, 넘어짐, 몸이 강직되었다가 떨리는 간대기(간헐적 경련) 진행
- 입에서 거품, 방광 실금 등 동반 가능
② 결신 발작 (Absence Seizure)
- 주로 소아에서 나타나며, 수 초 동안 멍한 상태로 반응 없음
- 하루에 수십 차례 이상 나타나기도 하며, ‘소발작’으로 불림
- 집중력 장애와 오인되기도 함
③ 근간대 발작 (Myoclonic Seizure)
- 팔이나 다리, 몸통의 일부분이 갑자기 빠르게 흔들림
-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며 대개 의식은 유지
④ 강직 발작 (Tonic Seizure)
- 갑자기 몸 전체 또는 일부분이 강하게 뻣뻣해짐
- 낙상이나 부상의 위험이 큼
⑤ 간대 발작 (Clonic Seizure)
- 신체 양쪽에서 반복적인 근육 수축이 나타남
- 강직기는 없이 간대기만 지속되는 경우
⑥ 무긴장성 발작 (Atonic Seizure)
- 근육의 긴장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바닥에 쓰러짐
- 헬멧 착용이 필요할 정도로 낙상 위험이 큼
⚡ 전조증상 (Aura)도 발작의 일부입니다
많은 환자들은 발작 직전에 이상한 느낌을 경험합니다. 이를 ‘오라(Aura)’라고 부르며, 다음과 같은 증상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 이상한 냄새나 맛
- 갑작스런 공포감, 우울감
- 시야 왜곡, 반짝이는 빛
- 복부에서 올라오는 불쾌감
오라는 ‘국소 발작’의 일종으로 간주되며, 뇌 발작이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3. 간질의 주요 원인과 위험 요인
간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때로는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간질은 크게 ‘원인 불명(특발성)’과 ‘원인이 확인된 경우(증후성)’로 나뉩니다.
💡 선천성 또는 유전적 요인
- 가족력: 가족 중 간질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 증가
- 유전자 이상: 특정 유전 질환이나 유전자 돌연변이
- 선천성 뇌기형: 태아기 뇌 발달 이상으로 인해 출생 후 간질 발생 가능
💡 뇌 구조의 이상이나 손상
- 출산 시 손상: 분만 중 산소 부족, 미숙아, 난산 등으로 인한 뇌손상
- 외상성 뇌손상: 교통사고, 낙상 등으로 인한 두부 손상
- 뇌종양: 특히 전두엽, 측두엽의 종양은 발작을 유발할 수 있음
- 뇌졸중: 뇌출혈이나 뇌경색은 뇌 손상을 일으켜 간질로 발전할 수 있음
- 신경계 감염: 수막염, 뇌염, 뇌농양 등으로 인한 염증 반응이 뇌의 흥분성 증가
💡 대사 이상 및 독성
- 저혈당, 저나트륨혈증 등 대사 장애
- 알코올 금단 증상
- 특정 약물의 부작용 또는 중독
💡 노화로 인한 뇌 질환
- 노인성 뇌위축
-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과 동반 발생
💡 기타 유발 요인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발작을 유도)
- 수면 부족
- 심한 스트레스
- 과도한 음주
- 깜빡이는 빛(광과민성 발작)
- 생리주기 변화, 특히 배란기나 생리 직전
이처럼 간질은 원인이 명확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정확한 병력 청취와 검사가 중요합니다. 환자마다 유발 요인과 발작 양상이 다르므로 개별적인 맞춤 치료가 필요합니다.
간질은 단순한 ‘경련 병’이 아닙니다.
그 양상과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만성 신경계 질환이며, 환자 개개인의 증상에 따라 치료 접근 방식도 달라집니다. 다행히도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약 70% 이상의 환자가 약물 치료만으로도 발작을 잘 조절할 수 있으며, 수술이나 신경자극기 삽입 등의 최신 치료법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간질은 극복 가능한 질환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질환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차별과 편견 없이 함께 극복하려는 자세입니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 긍정적인 자세만 있다면 간질은 일상생활을 제한하는 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질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