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치매일까? 걷기 어려운 노년층이 꼭 알아야 할 ‘정상압 수두증’
노년층에서 걷기 어렵고, 소변을 자주 실수하며, 기억력까지 나빠진다면 대부분 노화나 치매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인 ‘정상압 수두증’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정상압 수두증(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NPH)’은 비교적 치료 예후가 좋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노화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과 혼동되어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정상압 수두증의 개념과 증상, 진단 방법, 그리고 치료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1️⃣ 정상압 수두증이란 무엇인가?
● 수두증이란?
먼저 ‘수두증(Hydrocephalus)’이라는 용어를 살펴보겠습니다. 수두증은 말 그대로 뇌 속에 뇌척수액(CSF)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상태입니다. 이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감싸며 완충 작용과 대사물질 배출,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체액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생성과 흡수의 균형을 이루지만, 이 균형이 무너지면 뇌실이 확장되고 뇌조직을 압박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납니다.
● 정상압 수두증이란?
정상압 수두증은 ‘정상적인 뇌압을 보이는 수두증’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정상적인 뇌압’이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일반적인 고압 수두증과 달리 비교적 만성적이고 서서히 뇌척수액이 축적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즉, 뇌실은 확장되어 있지만 뇌압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수두증이며, 이는 주로 노년층에서 발견됩니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의 환자에서 발생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다소 높은 유병률을 보입니다.
정상압 수두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Idiopathic NPH, iNPH)
특별한 원인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 - 이차성 정상압 수두증 (Secondary NPH)
외상, 출혈, 감염, 수술 등 과거 병력에 의해 발생
2️⃣ 정상압 수두증의 주요 증상과 진단 과정
● 기억력 저하만이 아니다 – 3대 증상
정상압 수두증은 3가지 주요 증상이 특징적입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3대 증상(Triad)’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① 보행 장애 (Gait disturbance)
-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
- 특징적으로 발을 떼기 어려워하며, 마치 자석에 붙은 듯한 걸음걸이(magnetic gait)를 보임
-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자주 넘어짐
② 인지 기능 저하 (Cognitive impairment)
- 치매와 유사한 양상의 기억력 저하, 주의력 감소
- 심각한 언어나 시공간 장애보다는 둔화된 사고와 무기력감이 두드러짐
- 알츠하이머 치매와의 감별이 어려움
③ 요실금 (Urinary incontinence)
- 소변을 참기 어려워 화장실에 가기 전 실수
- 긴박뇨나 빈뇨 등 배뇨 관련 증상과 함께 나타남
- 배변 조절 장애도 동반 가능
※ 세 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 또는 두 가지 증상만 먼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초기부터 의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다른 질환과 어떻게 감별할까?
정상압 수두증의 증상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노인성 보행장애, 우울증 등과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대표적인 감별 진단 대상
- 알츠하이머병: 보행장애보다 인지 저하가 더 앞서고 뚜렷함
- 파킨슨병: 떨림, 근육 강직, 느린 움직임 등 특징적 증상 존재
- 소뇌질환: 균형 장애는 있지만 인지 기능 저하는 드묾
● 진단 방법
정상압 수두증의 진단에는 다음과 같은 검사들이 활용됩니다:
뇌 영상 검사 (CT, MRI)
- 뇌실의 확장 확인이 핵심
- 뇌 실질의 위축 없이 뇌실만 확장되어 있는 경우 의심
- 뇌압은 정상이나, Evans Index ≥ 0.3이면 수두증 가능성
신경학적 평가
- 보행 능력, 인지 기능, 배뇨 기능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
- 인지검사(MMSE, MoCA), 보행 테스트 등 실시
뇌척수액 배액 검사 (Tap Test)
- 요추천자를 통해 일시적으로 뇌척수액을 제거한 후 증상 변화를 관찰
- 배액 후 증상이 호전되면 치료 반응 가능성이 높음
지속적 뇌척수액 배액 검사 (Extended Lumbar Drainage)
- 3일간 반복적인 배액을 통해 증상 변화를 관찰
이 외에도 압력 측정, 이식 전 평가 등이 병행되며, 신경외과 및 신경과 협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3️⃣ 치료 방법과 예후 – 치료 가능한 치매, 놓치지 마세요.
● 치료는 가능한가요?
정상압 수두증은 무엇보다도 ‘치료 가능한 치매’라는 점에서 특별한 질환입니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증상 호전과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합니다.
1. 뇌실복강 단락술(Ventriculo-Peritoneal Shunt, VP Shunt)
- 가장 일반적인 수술적 치료
- 뇌척수액을 복강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관 삽입
- 프로그램 가능한 밸브를 통해 배출량 조절 가능
✅ 장점:
- 증상의 뚜렷한 개선 가능
- 보행장애 및 요실금에 특히 효과적
❗ 단점/부작용:
- 감염, 배액 과다, 단락관 막힘 등의 합병증 가능성
- 드물지만 경련, 의식 저하 등이 동반될 수 있음
2. 보존적 치료 및 재활
- 초기에는 보행훈련, 인지재활 등을 통해 증상 완화
- 수술 전 평가 및 후 관리에 중요한 역할
● 치료 결과와 예후
정상압 수두증은 조기 발견 시 치료 예후가 좋습니다. 특히 보행장애가 주증상인 환자에서 70% 이상이 수술 후 증상 호전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인지기능 저하는 회복이 제한적일 수 있으며, 배뇨 장애도 일부만 개선됩니다.
예후에 영향을 주는 요소:
- 진단 시점(초기일수록 좋음)
- 수술 전 배액검사 반응 여부
- 동반 질환 유무(알츠하이머, 뇌위축 등)
● 환자와 가족에게 전하는 조언
정상압 수두증은 흔치 않은 질환이지만, 치료 가능한 몇 안 되는 치매 유사 질환입니다. 증상이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반드시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과 보호자는 다음 사항을 참고하세요:
✅ 환자가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거나, 자꾸 넘어진다면 반드시 확인
✅ 요실금과 기억력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면 의심
✅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검사와 상담 필요
✅ 수술 후에도 재활치료 및 꾸준한 관리가 중요
치매가 아니었습니다
정상압 수두증은 치매로 오인되기 쉬운 질환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경과를 보이는 치료 가능한 질환입니다. 진단이 늦어지면 뇌 손상이 더 심해져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을 미리 알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고령층의 가족을 돌보는 분들이라면, 걸음걸이의 변화나 반복적인 요실금, 기억력 저하를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의심해보시길 바랍니다. 🙏
앞으로도 뇌신경계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